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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창작 뮤지컬의 매력: 베르사유의 장미와 벤허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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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대한민국 뮤지컬 시장은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에서 들여온 오리지널 라이선스(License) 작품들이 점령하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오페라의 유령', '캣츠', '지킬 앤 하이드' 같은 훌륭한 작품들이 한국 관객들의 눈높이를 높여 놓았죠.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우리 창작진들의 손에서 탄생한 **'한국 창작 뮤지컬(K-Musical)'**이 라이선스 작품들을 압도하며 대극장 흥행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습니다.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전역으로 역수출되기까지 하는 한국 창작 뮤지컬의 폭발적인 저력은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요?

한국 창작 뮤지컬의 마이더스의 손으로 불리는 왕용범 연출과 이성준 음악감독(브랜든 리)의 대표작 **'벤허'**와 최근 큰 사랑을 받은 **'베르사유의 장미'**를 중심으로 그 매력을 파헤쳐 보겠습니다.


1. 한국인의 한(恨)과 정서를 관통하는 압도적인 서사

해외 라이선스 작품들은 문화적 배경이 다르다 보니 가끔 한국 정서와 완전히 맞물리지 않는 이질감을 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창작 뮤지컬은 기획 단계부터 우리 관객들이 무엇에 울고 웃는지 완벽하게 타겟팅합니다.

뮤지컬 **'벤허'**를 떠올려 볼까요. 루 윌리스의 명작 소설을 원작으로 하지만, 창작 뮤지컬 '벤허'는 로마 제국의 압제에 핍박받는 유대인들의 절망과 독립을 향한 처절한 갈망을 매우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이는 일제강점기라는 뼈아픈 역사를 가진 한국 관객들의 민족적 정서(한과 투쟁)를 강하게 자극합니다. 벤허가 겪는 배신, 몰락, 그리고 복수에서 용서로 이어지는 장엄한 서사는 해외 그 어떤 작품에서도 느끼기 힘든 한국적인 카타르시스를 선사합니다.

마찬가지로 동명의 명작 순정만화를 원작으로 한 '베르사유의 장미' 역시 프랑스 혁명이라는 배경 속에 오스칼이라는 개인의 고뇌, 계급 사회의 모순에 저항하는 민중의 에너지를 한국 특유의 역동적인 드라마로 풀어내어 남녀노소 모두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었습니다.

2. 쉴 틈 없이 터지는 고음, '가창력의 끝판왕' 넘버들

한국 뮤지컬 관객들은 세계 어느 나라 관객보다 폭발적인 가창력과 고음이 주는 전율을 사랑합니다. 일명 '지붕을 뚫는' 킬링 넘버가 없으면 대극장에서 성공하기 힘들다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이성준(브랜든 리) 음악감독은 이런 관객의 니즈를 가장 잘 아는 천재입니다.

  • '벤허'의 1막 엔딩곡인 **'운명'**을 듣고 있으면 수십 명의 앙상블이 뿜어내는 군무와 주인공의 핏대 서는 고음 라인에 그야말로 압도당하게 됩니다.
  • '베르사유의 장미' 역시 클래식하면서도 웅장한 오케스트레이션을 바탕으로, 주연 배우의 성대를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고난도 넘버들이 즐비합니다.

이러한 곡들은 배우들에게는 엄청난 체력과 기량을 요구하지만, 관객 입장에서는 비싼 티켓값이 전혀 아깝지 않은 짜릿한 쾌감(일명 '귀르가즘')을 선사하며 N차 관람(회전문)을 유도하는 가장 큰 무기가 됩니다.

3. 한 치의 오차도 없는 군무와 무대 연출의 스펙터클

한국 창작 뮤지컬 앙상블(코러스 배우)들의 기량은 단연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브로드웨이 작품들이 각자의 개성을 살린 자유로운 움직임을 선호한다면, 한국 창작 뮤지컬은 K-Pop 칼군무를 연상케 하는 일사불란하고 절도 있는 군무를 통해 시각적인 스펙터클을 극대화합니다. '벤허'에서 노예들이 노를 젓는 선상 씬이나, 전차 경주 씬에서의 역동적인 무대 활용, 그리고 혁명군들이 깃발을 흔들며 전진하는 '베르사유의 장미'의 군중 씬은 한국 연출진의 무대 장악력이 얼마나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는지 증명합니다.

4. 끊임없는 피드백과 진화 (Devlopment)

라이선스 작품은 저작권 문제로 인해 대본이나 연출의 작은 부분 하나 수정하는 것도 해외 원작자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까다로운 과정을 거칩니다. (일부 논레플리카 제외)

하지만 창작 뮤지컬은 관객의 반응에 따라 작품이 실시간으로 진화합니다. 프리뷰 공연을 거치며 지루한 장면은 과감히 잘라내고, 관객들이 환호하는 넘버는 편곡을 통해 더욱 극적으로 강화합니다. 초연보다 재연이, 재연보다 삼연이 압도적으로 완성도 높아지는 이유가 바로 피드백을 수용하는 창작진의 유연함에 있습니다.


글을 마치며: 자부심을 가져도 좋은 K-뮤지컬

뮤지컬 '벤허'와 '베르사유의 장미', 그리고 '프랑켄슈타인'에 이르기까지. 대극장 창작 뮤지컬이 처음 제작된다고 했을 때만 해도 우려의 시선이 많았습니다. "과연 우리가 브로드웨이 퀄리티를 따라갈 수 있을까?" 하고 말이죠.

하지만 이제 2026년의 한국 뮤지컬 시장은 당당히 전 세계 3대 뮤지컬 시장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규모와 완성도를 갖추었습니다. 한국인 특유의 치열함, 뛰어난 배우들의 기량, 그리고 관객들의 열정적인 사랑이 빚어낸 찬란한 결과물입니다.

이번 주말, 웅장한 오케스트라 사운드와 심장을 울리는 배우들의 에너지가 가득한 공연장을 찾아 한국 창작 뮤지컬의 자부심을 직접 경험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커튼콜이 올라갈 때 터져 나오는 기립박수 속에서 분명 평생 잊지 못할 감동을 얻게 될 것입니다.